2015. 8. 9. 11:07ㆍEtc/독서
자신에 대하여 생리적 혐오를 가진 상대에게 아무리 정중하게 대해도, 그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도리어 무례한 놈이라 여겨질 뿐이다. 반드시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지 말라. 이러한 때에는 무리하게 애쓰지 않고, 평소의 자세로 담담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다.
살아 있는 물고기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 스스로 낚아 올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견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깊이 파고들어 언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물고기 화석을 사는 것보다 나은 일이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는 것이 성가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상자에 든 화석을 산다. 이 화석은 곧 타인의 낡은 의견이다. 그리고 그들은 돈을 주고 산 의견을 자신의 신념으로 삼는다. 그런 그들의 의견은 살아 있음의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항상 그 상태로 정체해 있다. 이 세상에는 그런 인간이 수없이 많다.
덥다의 반대는 춥다, 밝다의 반대는 어둡다, 크다의 반대는 작다...... 이것들은 상대적 개념을 사용한 일종의 언어유희다. 그러나 현실도 이와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예컨대 '덥다'는 '춥다' 에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 두 가지 개념은 어떤 현상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정도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도 이처럼 대립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자신을 괴롭히는 곤란과 역경으로 작용해 작은 변화가 큰 고통이 되고 단순한 거리가 소원해지거나 절교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고 만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민은 이 정도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놓는 불평불만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인정한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은 그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대문이다. 두 번째는 그것이 세상에서 너무도 흔한 일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이미 그 사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이 선악 중 어느 쪽인가, 어떤 이해를 낳는가, 어떤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하는 것들은 인정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습이나 전통, 정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진짜 같은 가짜 교사가 너무도 많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마치 도움이 될 것 같은 말들이다. 이런 일은 득이 된다. 이런 판단은 손실을 가져온다. 사람들과의 교제는 이런 식으로 하라, 인맥은 이렇게 넓혀라, 이런 일은 이래라저래라 조언한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 보라. 가짜 교사가 가르치는 것은 모두 가치 판단일 뿐이다. 그들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본질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렇듯 인생의 본질마저 모르고 살아가도 좋은가?
너무 과한 선물을 하면 상대는 고마워하지 않는다. 부담스러운 짐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물은 마음이라고 하지만, 적당하지 않으면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 뿐이다.
한 번 말로 뱉은 것은 단호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위대한 청렴함으로 여겨진다. 남자답고 결단력이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며,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도 보인다. 왠지 모르게 그 행위가 옳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자. 한 번 뱉은 말을 단호하게 실행하는 것은 일종의 완고함은 아닌지, 감정적인 행위나 고집의 표출은 아닌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이면에 명예심과 같은 허영심이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행위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좀 더 다른 이성적인 시점에서 그 행위가 진정 바람직한가 아닌가를 파악한 뒤에 행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누군가를 속인다면 그는 무척 슬퍼할 것이다. 당신에게 속아 어떤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가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까지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해왔기에 그 슬픔은 더욱 깊다.
- 니체의 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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