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31. 12:51ㆍEtc/자작시
그림 : 이전미
글 : 이기평
우는 것 밖에 몰랐던 내 어린 시절
그 옆을 항상 지켜주던 한 사람
포대기에 업혀
엄마 직장 구경하고
버스도 타고, 울기만 했던...
그런 날 사랑해준 엄마
울보였던 내 어린시절의
원더우먼 우리엄마
어둡고 축축한 지하방에서
먹을거 안 먹고
옷한 벌 안사며
바나나 사주던 엄마
밖에서는 항상 웃고 일했고
안에서도 항상 웃고 우릴 돌봐주던
울을 수 없었던 우리엄마
머리크고 학생되서 집에 안들어오고
학원다니며 PC방다니며 바쁜척
엄마한번 안아주지 않았던
그 슬프게도 어리석은 시절들
집나가고 빵을 구걸하며
시대의 반항아 코스프레를 하던 그 시절
엄마는 다른집에서 아줌마로 일하고
집에서는 주부로 일했다
살기가 조금 나아져도 엄마는 닭껍질을
나는 닭 속살을
엄마는 수박 껍데기에 붙은 하얀 박을
나는 수박 속에 있는 붉은 속을
엄마는 바쁜시간 친구하나 못 보며 지낼때
나는 바쁜척 하며 친구들하고만 놀던 그 시간들
엄마는 홀로 아들을 기다릴때
나는 엄마를 멀리할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눈물한번 흘리는거 보지 못했는데
힘들어하는 모습 한번 보지 못했는데
그 모든게 한꺼번에 터지기라도 했을까
서서히 모든걸 잃어버리는 우리엄마
제 새끼 , 제 가정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린 우리 엄마
너무나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해요 엄마
비록, 엄마가 날 기억 못해도
엄마가 말을 못해도
엄마가 잘 움직이지 못해도
엄마가 혼자 밥을 먹지 못해도
엄마는 아직도 웃어주네요. 언제나처럼.
흩어져가는 엄마의 기억들에
더이상 아프고 외롭지 않게 해드릴께요
몸아픈 할머니도
일바쁜 아버지도
공부하는 동생도
우리 가족 모두
엄마를 많이 많이 아주 많이 사랑해요
너무 늦게
엄마를 알게됐네요.
옥순씨.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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