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12. 23:57ㆍEtc/제주살이
제주살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왜?
수원에서 1년간 정든 집을 잠시 비워둔채, 제주살이를 결심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9월 7일이 지나자, 34살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 집과 재택근무로 삶을 가득 채워나갔다. 중간중간 즐거운 일들도 많고, 힘든 일들도 많았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점점 타협하는 내 자신을 보게됐다. 마음과 달리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내 모습이 그로인해, 소중한 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쉽게 쉽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 44살이 되었을 때, 나는 지금의 34살로 돌아가, 소중한 이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을까?
지나간 시간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감히 어느 누구보다 잘 느낀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어느 누구도, 영원히 내 옆에 있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도 항상 함께 할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그러면, 정말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나는 단순하고 바보같아서, 답이 하나밖에 안보인다.
그냥 지금 당장 함께 하면된다. 나는 소중한 이와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 그게 어떤 이유에서건. 돈이 아까운건 더 벌면 된다. 내가 더 잠을 안자면 된다.
그래서...어떻게?
회사에 나의 남은 리프레시 휴가를 승인 받았다. 난 우리 회사가 참 좋고, 감사하다. 열일하겠습니다!!
제주도로 출발 전날, 집을 조금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해준 캐리어에 우리 부부의 옷가지와 칫솔, 핸드폰 충전 어댑터등을 챙겼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오늘이 그 첫 날이다. 너무 오랜만의 비행기라 놓칠까 두려운 마음에, 집에서 일찍 출발을 하였다.
수원에서 오후 12시 전철을 타고, 선정릉역을 가야하는데, 내가 핸드폰 게임을 하는 바람에 한 정거장을 지나가서, 다시 돌아와, 김포공항 급행열차를 탔다. ( 다행히 바로 왔다. ) 그렇게 공항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0분...?!
점심은 김포공항 4층에 위치한 푸드코트에서 해결했다. 나는 육개장칼국수와 밥 한 그릇을 추가했고, 아내는 Pho min 이라는 곳에서 쌀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참, 아내가 내 밥을 반공기 가져갔다.
함께 허기진 배를 해결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2시 30분, 체크인을 하러 갔는데, 옆에 바이오 정보등록이라는게 있어서 아내와 함께 등록을 하였다. 이렇게 여유있게 공항에 온게 처음이라서, 시간이 있을 때 해두었다.
등록후에는 당당하게 바이오 등록 대기선으로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다 ^^ 덕분에 너무 빨리 거의 오후 2시 50분쯤 공항안으로 들어왔는데, 우리 비행기는 4시 20분 에어서울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타기까지 약 1시간 20분정도는 기다려야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중 빌라드 샬롯까페를 발견했고,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디카페 커피를 먹고자 했지만, sold out 이어서, 그냥 스페셜 아메리카노와 트레비 하나를 주문하였다. 마스크를 쓰고, 먹을때만 내리면서 우리 부부는 각자의 시간을 갖었다. ( 나는 코딩, 아내는 정리 )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서, 비행기를 탑승하였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비행기를 탑승했다. 에어서울 비행기는 앞좌석과 약간 공간이 더 넓은 느낌이었다. ( 다른 저가 항공사 대비..? ) 그렇지만, 뭔가 의자는 불편했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 나니, 어느덧 저멀리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는 햇님이 비행기 창문에서 방긋 웃고 있었다.
쿠궁.. 비행기가 착륙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던 중 아내가 제주 안심 코드를 받았냐고 물어봐서, 그게 뭐냐고 물었는데, 옆자리에 앉으셨던 어떤 여성분이 대답을 해주셔서 나는 당황한 나머지 굳어있었다. 아내가 대신 답해주고, 긴박한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에야 감사하다고 말을 남겨본다. "감사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이 안심코드로 방문한 곳들을 기록한다고 한다. 신기하다. 좋은 점은 인증 이력을 내가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언제 어디를 내가 갔는지 말이다. )
제주현대렌트카 라는 곳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라마다제주시티호텔로 이동하였다. 렌트카의 상태는 그냥 그랬다. 다친데가 좀 많아서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다. 고급자차 보험과 타이어 펑크 보험(?) 을 추가로 들었다. 호텔에 도착하고, 배가 고파서 우선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전날 새벽에 농구를 3시간 가량 한 나머지 나는 환자처럼 걸었는데, 날 배려하며 아내가 속도를 맞춰주었다. 10분정도 거리를 배회하였지만, 일요일이고 코로나라서 그런지, 문을 연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오후 7시라서 그래도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저 멀리 맥도널드가 보여 맥도널드를 향해가다가, 건너편에 김밥천국 시청 본점이 있어서, 그 곳으로 쏙 들어갔다.
라볶이, 참지김밥, 새우김밥, 김말이 튀김을 시켜서 아주 배부르게 먹었다. 감사하게 잘먹었다고 인사드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손가락 염증이 있어서 약을 먹고 씻고, 정말 오랜만에 TV 를 켰다. (사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역시나 재미가 없다. 끄고 자려는데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를 보다가 ... 끝까지 다봐버렸다. ( 아내는 먼저 잠들었다. 귀여웁...다. )
그럼.. 앞으로?
사실 큰 계획은 없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따라온거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내일도 중요하지만, 나는 오늘이 좀 더 중요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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